촌지의 기만

박완서의 세모를 읽고

남편 사업 번창으로 부부는 가난에서 벗어난다.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사지 않아도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는다. 분수없이 비싼 물건에 추파를 던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난할 땐 자식들은 원수로 보이기도 했다. 이제 막내아들은 사립학교에 보내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 한다. 가난으로 촌지를 줄 수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한 시절들이 떠오른다. 이제는 다르다. 돈 잘 버는 남편이 어느 때 보다 사랑스럽다.

촌지를 건네러 아들의 학교로 향한다. 밍크를 입고 있는 어머니들의 벽은 선생님을 둘러쌓고 있다. 인사조차 건네지 못할 정도로 그 성벽은 굳건했다. 서성이다 운동장에 나와 돈봉투를 만진다. 초라했다. 책방에 들려 아들에게 선물할 책을 고른다. 위인전이 있다. 역경을 이기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적어도 위인전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 질기고 추한 허위의 성벽이 가로막던 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들을 기만할 수는 없다. 그녀는 목을 크게 울려 가래침을 뱉으려 했지만 목만 따가울 뿐이다.

잘못된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세상을 당위로 재단만 하고있는 것 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 텁텁함을 짊어지며 결국 어떻게든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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